유진 왕 교수는 불교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현상과, 반대로 불교미술이 박물관 유물로만 남는 듯한 정체성 사이의 간극을 소개하며,
오늘날 불교미술이 직면한 현실을 성찰했다.
그는 이 간극을 단순한 현상 보고에 그치지 않고, 불교미술과 이를 탐구하는 미술사가 앞으로 어떠한 길 을 모색해야 할지 질문을 던졌다.
“오늘날 불교미술은 역설적인 기로에 서 있다.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영광과 조용한 소멸이라는 두 갈래길 앞에 서 있는 것이다.
한편으로, 불상은 어딜가나 있다. 심지어 유럽의 정원, 잡지 표지, 디자인 편집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.
그 고요한 존재감은 불교의 미학이 전세계에 수용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. 하지만 이 겉보기 화려한 유행 뒤에는 불편한 질문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.
불교의 이미지가 이렇게도 유행하고 있는데, 왜 불 교미술은 정체된 것처럼 느껴질까?”
유진 왕 교수는 이어서, 현대 불교미술을 대표할 만한 사례가 백남준의 ⟨TV 부처⟩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.
“한때 가장 활력 넘치던 시각문화 중 하나였던 불교미술이 어째서 이제는 기억 속에 머무는 박물관의 유물로 남게 되었는가?”
그는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, 형상에 뿌리를 둔 불교미술이 탈형상적(post-figurative), 탈도상적(post-iconic) 세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
다시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지를 탐색하였다.
나아가 불교미술이 단순한 복고적 재현이나 상업적 장식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, 그 미래는 익숙한 길이 아닌 “낯선 지평 너머에서 발견될 것”
이라고 강조하였다.